크레인 로드차트 보는 법 - ISO/DIN과 85% 차트, 그 숫자의 정체
"이 크레인 몇 톤이에요?"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질문이자, 가장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100톤 크레인이 100톤을 못 든다는 건 다들 압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로드차트를 표 한 장으로 생각하는 순간부터 계획이 어긋납니다.
로드차트 숫자는 한계값이 아닙니다
먼저 짚어야 할 부분입니다. 로드차트에 적힌 값은 "여기까지 들 수 있다"는 물리적 한계가 아닙니다. 이미 안전 여유가 빠진 값입니다.
기준이 되는 것은 전도하중(Tipping Load)입니다. 크레인이 넘어가기 시작하는 하중이죠. 로드차트는 이 전도하중에서 일정 비율을 적용해 만듭니다.

ISO/DIN 차트와 85% 차트
같은 크레인에 로드차트가 두 가지로 존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표기를 확인하지 않으면 어느 쪽을 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 표기 | 의미 |
|---|---|
| ISO / DIN | ISO 및 DIN 기준으로 산정. 전도하중의 75%가 적용된 로드차트 |
| 85% | 동일 기준에서 산정한 전도하중의 85%가 적용된 로드차트 |
같은 조건인데도 85% 차트의 값이 더 큽니다. 여유를 덜 두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차트를 기준으로 계획했는지가 곧 안전 여유의 크기입니다.
여기에 더해 현장에서는 로드차트 값 자체를 다 쓰지 않습니다. 통상 85~95% 이내로 계획합니다. 이 기준은 현장과 제작사에 따라 다르므로, 해당 장비의 제작사 자료를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표의 값에는 달기기구 무게가 들어 있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입니다. 로드차트에 적힌 값은 후크 블록, 와이어로프, 샤클, 슬링벨트 같은 달기기구 무게를 포함한 값입니다.
따라서 실제로 매달 수 있는 화물 무게는 표의 값에서 달기기구 무게를 뺀 나머지입니다. 대형 장비의 후크 블록은 그 자체로 무게가 상당합니다. 화물 무게만 표와 비교하면 그만큼 초과하게 됩니다.
제원표 읽는 순서
제작사마다 표 모양은 조금씩 다릅니다. 색을 쓰기도 하고, 기호가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읽는 순서는 같습니다.

| 위치 | 무엇이 적혀 있나 |
|---|---|
| 가로 (맨 윗줄) | 붐 길이. 붐을 얼마나 뽑았는지 |
| 세로 (맨 왼쪽줄) | 작업반경. 선회축에서 짐까지 수평거리 |
| 만나는 칸 | 그 조건에서 들 수 있는 무게 |
순서는 이렇습니다. 먼저 필요한 작업반경을 찾아 세로줄에서 위치를 잡습니다. 다음 붐 길이를 가로줄에서 찾습니다. 두 줄이 만나는 칸의 숫자가 답입니다.
칸이 비어 있다면 그 조합으로는 들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값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같은 붐 길이가 여러 번 나옵니다
표를 처음 보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띕니다. 가로줄에 같은 길이가 두세 번 반복됩니다. 36m가 세 칸 연달아 있는 식입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길이는 같아도 각 단을 뽑은 조합이 다릅니다.
1단을 다 뽑고 2단을 덜 뽑아 36m를 만들 수도 있고, 1단을 덜 뽑고 2단을 더 뽑아 같은 36m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때 붐의 강성이 달라지므로 들 수 있는 무게도 달라집니다.
표 아래쪽이나 옆에 그 조합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제작사마다 방식이 다릅니다.
- 각 단의 장출 비율을 백분율로 적는 경우 (예: 0 / 46+ / 92+)
- 조합에 번호를 붙여 적는 경우 (예: 01222, 12211)
표기는 달라도 뜻은 같습니다. 어느 단을 얼마나 뽑을 것인지를 지정한 것입니다. 붐 길이만 맞추고 이 조합을 확인하지 않으면 옆 칸 값을 보게 됩니다.
제작사가 달라도 구조는 같습니다
독일 장비든 중국 장비든 일본 장비든 마찬가지입니다. 표의 색과 기호, 단위 표기는 제각각이지만 가로가 붐 길이, 세로가 작업반경, 교차점이 능력이라는 구조는 공통입니다.
처음 보는 제작사 표를 받아도 이 세 가지만 찾으면 읽을 수 있습니다. 나머지 기호는 그다음에 하나씩 확인하면 됩니다.
붐은 통째로 뽑히지 않습니다
앞에서 조합이라고 한 부분을 좀 더 보겠습니다.
붐이 여러 단이라면 전체가 균일하게 늘어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각 단을 몇 퍼센트까지 뽑을지가 정해진 조합으로 관리됩니다.
- 0 = 완전히 집어넣은 상태
- 100 = 완전히 뽑은 상태
- 그 사이 값은 해당 비율만큼 뽑은 상태
숫자 뒤에 붙는 기호에도 뜻이 있습니다.
| 표기 | 의미 |
|---|---|
| 46+ | 46% 장출 상태이며, 해당 단은 핀으로 고정되어야 합니다 |
| 46- | 하중을 매단 상태에서 해당 비율까지 신축이 가능합니다 |
중요한 것은 표에 없는 조합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같은 붐 길이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여러 가지여도, 로드차트에 없는 방식으로 뽑으면 그 상태의 정격하중은 보증되지 않습니다.
작업반경은 짐을 든 상태 기준입니다
작업반경은 크레인 상부 회전축에서 하중 무게중심까지의 수평 거리이며, 지상에서 측정합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로드차트에 적힌 반경은 짐을 매달아 붐이 휜 상태를 포함한 값입니다. 무부하 상태에서 잰 반경이 아닙니다.
도면상으로 계산한 반경과 실제 작업 시 반경이 어긋나는 원인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짐을 들면 붐이 처지면서 반경이 커집니다.
표 밖에 적혀 있지 않은 전제들
로드차트의 숫자는 특정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유효합니다. 표 어딘가에 기호로 붙어 있는 조건들입니다.
| 조건 | 확인할 것 |
|---|---|
| 지지 폭 | 아웃트리거를 표에 적힌 치수까지 양쪽 균등하게 뽑고 핀 고정 |
| 카운터웨이트 | 표에 지정된 중량이 실제로 장착되어 있는지 |
| 선회 범위 | 360° 전 방향인지, 후방 한정인지 |
| 허용 풍속 | 붐 길이에 따라 다름. 초과 시 작업 중단 |
| 권상 줄수 | 해당 하중을 들기에 충분한 줄수인지 |
여기에 지반 조건이 더해집니다. 받침 패드 면적이 지반 지지력에 비해 작으면, 표의 조건을 다 지켜도 전도 위험이 생깁니다. 매립지나 지하 구조물, 경사면 근처는 특히 그렇습니다.
바람이 불면 과부하방지장치가 어긋납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부분입니다. 긴 붐을 세운 상태에서 바람이 불면 과부하방지장치에 표시되는 하중이 실제와 달라집니다.
| 바람 방향 | 일어나는 일 |
|---|---|
| 뒤에서 부는 바람 | 붐에 부담이 커져 표시 하중이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 정격보다 가벼운 하중에서도 정지합니다 |
| 앞에서 부는 바람 | 부담이 줄어 표시 하중이 실제보다 낮게 나옵니다. 정격을 넘겨야 비로소 정지합니다 |
위험한 쪽은 앞바람입니다. 장치가 늦게 작동하는 사이 후크와 와이어, 권상 윈치에는 이미 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더 위험한 것은 그 상태에서 바람이 잦아드는 순간입니다. 버티고 있던 힘이 사라지면서 크레인 전체에 부하가 걸립니다.
장치의 표시만 믿지 말고 화물의 실제 무게를 알고 작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설치용과 자재 취급용은 다릅니다
이동식 크레인의 하중 값은 통상 설치 작업을 전제로 산정됩니다. 하루에 몇 번, 정해진 자재를 들어 올려 앉히는 작업이죠.
같은 장비를 반복적인 자재 하역에 투입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응력 등급이 올라가면서 부재의 피로가 빨라집니다. 제작사에 따라서는 이 경우 로드차트 값을 크게 낮춰 사용할 것을 권고하기도 합니다.
장비를 어떤 성격의 작업에 쓸 것인지도 계획 단계에서 확인해야 할 항목입니다.
정리
로드차트를 본다는 것은 표에서 숫자 하나를 찾는 일이 아닙니다. 작업반경, 붐 신축 조합, 지브 사양, 지지 폭, 카운터웨이트, 선회 범위, 풍속이 모두 정해져야 비로소 한 칸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그 칸의 숫자에서 달기기구 무게를 빼야 실제 화물 무게가 나오고, 거기에 현장 기준의 여유율을 적용해야 계획값이 나옵니다.
장비를 부르기 전에 이 조합을 먼저 확정하는 것, 그것이 양중계획의 시작입니다. 순서가 반대가 되면 현장에 장비가 도착한 뒤에 답을 찾게 됩니다.
로드차트에서 확정한 조합을 도면 위에서 바로 확인하고 싶다면 오토캐드 크레인 다이나믹 블록에서 붐 각도와 길이가 연동되는 블록을 만드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이 글은 로드차트를 읽는 일반적인 원리를 정리한 것입니다. 표기 방식과 적용 기준은 제작사와 기종에 따라 다릅니다. 실제 작업에서는 반드시 해당 장비의 취급설명서와 로드차트 원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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