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두 대로 40m 거더를 놓는 날 | 양중계획은 이렇게 세웁니다
인스타그램에서 크레인 두 대가 거더를 드는 영상을 보고 오셨다면, 그 자세와 화면 속 수치가 어디서 나온 건지는 글 아래 「영상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에 그대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먼저 그날 이야기부터 하겠습니다.
거더 놓는 날은 새벽에 모입니다.
도로를 통제해야 하는 현장이면 더 이릅니다. 아직 어두운데 크레인 두 대는 이미 자리를 잡고 서 있습니다. 이틀 전에 들어와서 세워 둔 겁니다. 저만한 장비가 하루 만에 서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입니다. 무전기 시험하는 소리가 들리고, 다들 하늘을 한 번씩 봅니다. 바람 없으면 좋은 날입니다.
이 날은 한참 전에 정해졌습니다
거더를 어디에 놓을지는 도면에 있습니다. 그런데 크레인을 어디에 세울지는 도면에 없습니다.
그걸 정하는 게 양중계획입니다.
먼저 트레일러가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 봅니다. 거더가 40미터짜리라 이걸 싣고 오는 트레일러도 어마어마하게 깁니다. 회전 반경도 크고요. 현장 안에 임시로 내는 길을 가도라고 하는데, 사실 이 길이 그날 전체를 좌우합니다. 크레인을 아무리 좋은 자리에 세워 놔도 거더가 거기까지 못 오면 아무 소용이 없거든요.
그다음에 크레인 자리를 잡습니다. 여기서 보는 건 한 자리에서 몇 까치 놓을 수 있느냐입니다. 크레인이 자리를 옮기려면 카운터웨이트를 전부 내리고, 옮기고, 다시 달아야 합니다. 그러면 그날은 그걸로 끝입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서 한 본이라도 더 커버되면 그게 하루를 버는 셈입니다.
붐을 몇 도로 세울지도 미리 정합니다. 그 각도에서 붐 끝이 어디쯤 오는지, 거더가 교각 위를 넘어갈 여유가 있는지, 두 대가 마주 볼 때 서로 닿지는 않는지 봅니다.
이런 건 평면도에서는 잘 안 보입니다. 도면 위에서 크레인은 그냥 동그라미 하나거든요. 그래서 저는 3D로 세워 놓고 봅니다. 실제로 그 자세를 만들어 놓고 옆에서, 위에서 돌려 가며 확인하는 겁니다.
계획서를 잘 쓴다는 건 결국 그날 현장에서 놀랄 일이 없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그날
통제가 시작되고 고깔이 깔립니다. 조금 있으니 트레일러가 들어옵니다.
신호수는 한 명입니다. 크레인이 두 대여도 신호는 한 사람이 잡습니다. 이건 양보가 없습니다. 두 대가 각자 다른 사람을 보고 움직이면 후크 올라가는 속도가 미묘하게 어긋나고, 40미터짜리 거더가 비틀립니다.
첫 본을 겁니다. 양쪽에서 슬링을 걸고, 한 번 살짝 띄워서 균형을 봅니다. 여기서 거더가 수평으로 뜨면 반은 된 겁니다.
그리고 천천히 올립니다. 정말 천천히 올라갑니다. 보고 있으면 저게 언제 올라가나 싶을 정도인데, 그 속도가 맞는 속도입니다.
두 대가 같이 슬루를 돕니다. 이때가 제일 볼 만합니다. 크레인 두 대가 같은 속도로, 같은 방향으로, 40미터짜리를 사이에 걸고 천천히 도는 그림은 몇 번을 봐도 좋습니다.
거더가 교각 위에 옵니다. 위치를 조금씩 잡고, 내리고, 앉습니다.
소리도 거의 안 납니다. 백 톤이 넘는 게 앉는데 쿵 소리가 나면 그건 잘못된 겁니다.
그리고 슬링을 풉니다. 첫 본 끝났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리듬입니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빠릅니다. 세 번째는 더 빠릅니다.
같은 동작이 반복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호흡이 붙습니다. 무전이 짧아집니다. 처음엔 한 문장씩 주고받던 게 나중엔 손짓 한 번이면 됩니다. 트레일러 기사님도 어디쯤 대야 하는지 아니까 후진 한 번에 자리를 잡습니다.
이게 붙으면 진도가 눈에 띄게 나갑니다. 계획서에 잡아 둔 시간보다 빨리 갑니다.
어느덧 마지막 한 본만 남습니다.
마지막 거더까지 앉히고 나면 다들 한 번 위를 올려다봅니다. 아침까지만 해도 교각만 서 있던 자리에 다리 상판이 쭉 놓여 있습니다. 이게 좀 뿌듯합니다.
그리고 도로를 엽니다. 시간 안에 끝났습니다.
잘된 양중은 심심합니다
이 일을 좀 해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 양중이 잘 끝난 날은 할 얘기가 없습니다.
계획대로 들어왔고, 계획대로 섰고, 계획대로 앉았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극적인 순간도 없고, 아슬아슬한 장면도 없습니다.
반대로 얘깃거리가 많은 날은 대체로 뭔가 어긋난 날입니다. 트레일러가 못 들어와서 한참 기다렸다든지, 세워 놓고 보니 각이 안 나와서 다시 잡았다든지, 통제 시간에 쫓겨서 남기고 철수했다든지.
그래서 저는 계획서 쓰는 시간을 아깝게 안 봅니다. 그 시간이 현장에서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만드는 시간이거든요.
미리 세워 보고, 돌려 보고, 닿는 데 없는지 확인해 두면 그날 아침에는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됩니다.
새벽에 나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순서대로 놓고, 시간 안에 도로 열고 들어가는 것. 그게 제일 좋은 하루입니다.
영상은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영상 속 크레인 자세는 그림이 아닙니다. 실제 로드차트에서 고른 구성으로 3D 모델을 그 자세로 세워 놓고, 반경과 붐각을 계산이 아니라 모델에서 직접 재서 뽑은 값입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 양중물 무게와 놓을 위치를 정합니다.
- 로드차트에서 그 무게를 들 수 있는 구성(붐 길이·카운터웨이트·아웃리거)을 고릅니다.
- 3D 모델을 그 구성 그대로 세우고, 붐각을 돌려 가며 원하는 반경을 맞춥니다.
- 그 자세에서 붐 끝·거더·교각이 서로 닿지 않는지 옆에서, 위에서 확인합니다.
- 정격하중과 실제 부담하중을 비교해 요율을 냅니다.
이번 영상에 쓴 값은 이렇습니다.
| 장비 | LIEBHERR LTM 1500-8.1 × 2대 탠덤 |
| 붐 길이 / 붐각 | 47.3 m / 70.5° |
| 작업반경 | 16.0 m |
| 카운터웨이트 / 아웃리거 | 165 t / 100 % 전개 |
| 크레인 간격 | 66 m |
| 대당 정격하중 | 86.0 t |
| 대당 부담하중 | 67.0 t |
| 요율 | 78 % · 적합 |
줄걸이가 후크 바로 아래에 수직으로 걸리게 하려고 크레인을 거더 끝에서 안쪽으로 3 m씩 들였습니다. 그래서 거더는 40 m인데 크레인 간격은 66 m가 됩니다.
양중물은 40 m PC 거더로 잡았고, 위는 설명을 위한 예시값입니다.
기종별로 3D 양중계획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검토해 보고 싶은 구성이나 필요한 기종이 있으시면 문의하기로 편하게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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